요즘 볼만한 애니가 없나 싶어서 찾아보다가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신세계에서'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제목은 예전부터 들어왔었고, 꿈도 희망도 없는 애니라면서.. 주위에서 많이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 그때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신세계에서를 감상하게 되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원작이 기시 유스케 작가님의 소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분량도 소설이 훨씬 방대해서 과연 애니에서 이걸 전부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나는 원작을 보지 못하고 먼저 애니매이션을 접한 사람이기 때문에,

소설을 보고 애니를 감상한 사람과 보는 관점이 다를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애니매이션을 보고난후의 나는..

이건 무조건 원작도 봐야겠다!

이렇게 신비하고 현실적인 세계관을 애니에서도 이렇게 매력적으로 표현하였는데

과연 원작은 얼마나 더 재밌을까?

무조건 소설도 구매해서 읽을 생각이다.

 

무엇보다 진격의거인이나, 사람들이 대부분 잘 알고 있는 명작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이라는거다.

요즘 너무 넷플릭스에서 이세계 애니나 화려한 전투씬이 가득한 애니매이션에 도파민이 중독되어있다보니

이렇게 깊고 몰입도 높은 스토리의 작품을 보지 못한것같다.

무엇보다 원작이 소설인 작품이라 더욱 애니매이션에서 스토리가 훨씬 깊이가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 친적집에서 우연히 보게된 '화차'라는 소설에 매료되었던 것 처럼 

애니에서도 느껴지는 일본 미스터리 특유의 느낌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서치해본 결과 신세게에서 애니는 초반이 매우 지루하고 상당히 불친절하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간다는 평가가 정말 많았다. 사실 나도 그것 때문에 많은 걱정을 했는데 1화부터 봤을 때 생각보다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고 어려운 내용도 아니였다.

그리고 결말까지 보고 다시 처음부터 보게 되면 1화부터 내용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많은 떡밥이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신세계에서'는 단순히 무섭다는게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우울한 공포감을 느꼈다. 

작품은 사키의 마을과 괴물쥐를 중심으로 내용을 이어나간다. 또한 주인공의 마을이 도시가 아닌 시골이기 때문에

시골 특유의 폐쇄적인 느낌을 주면서 작품 분위기를 더욱 미스터리하게 만들어나간다.

 

악귀와 업마를 대처하기 위해 마을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부정 고양이'로 처리하고 있다.

이들또한 아이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역사에서 증명됐듯이

오직 악귀가 '한명'뿐이더라도 수만명의 인간들이 몰살되었기 때문에

이들또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해결법을 만든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마을의 어른들이 '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괴물쥐는 어떨까?

작품에는 항상 악당 악역이 등장한다.

주인공 사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괴물쥐는 마을을 습격하고 부모님을 죽게 만든 악당이다.

 

하지만 괴물쥐 스퀴라도 초능력자들을 습격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 사실은 작품의 결말에서 밝혀지기 때문에 후반까지는 왜 스퀴라가 마을을 습격했는지,

왜 마리아와 마모루를 죽이고 그 아이를 괴물쥐로 키웠는지 의문점만 키웠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이유는 결말에서야 밝혀지고 굉장히 우울하고 찜찜한 느낌을 주었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초능력자들의 식민지인 현실을 처음에는 그저 적응하고 살았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조상에 대한 모든 진실을 알았을 때,

스퀴라는 자신 또한 인간의 후손이었고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와 동시에 박탈당한 '자유'를 인간으로서 쟁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동물은 그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본능 대로 먹고, 자고, 자손을 만들며 살아가지만

동물로서의 스퀴라가 아닌 모든 진실을 알았을 때의 스퀴라는 이제 짐승이 아닌 자신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인 자유를 얻고 싶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스퀴라가 '악'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이들 또한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었으며

괴물쥐들의 입장이 된다면 당연히 우리를 이렇게 만든 초능력자들에게 증오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거다.

 

 

 

 

 

 

 

다만 정말로 마음이 아팠던 건 마리아와 마모루의 자식의 최후였다..

소녀는 (원작에서는 아들로 표현된다) 사키의 말처럼 악귀가 아니었고 그저 태어났을 때부터 괴물쥐에게 키워져서 

자신을 '괴물쥐'로 인식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마 마리아는 출산하자마자 죽임을 당한것으로 보인다.. (안습 ㅠㅠ)

이 아이를 보면 마리아와 마모루의 잔혹한 최후가 상상이 되서 보면 볼수록 정말 마음이 아팠다..

 

마리아, 마모루는 살아남기 위해서 마을을 떠났지만 그 밖은 또다른 전쟁터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능력으로 보아 이 소녀는 마을에 태어났더라면 뛰어난 주술사가 되었지만 

부정 고양이를 사용하는 마을의 특성상 이 아이도 어른이 될때까지 미래는 보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키가 '키로마루를 이용하라'는 슌의 말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슌의 말이 아니라.. 

사키 내면에 있는 어두운 속내이지 않을까..

차마 입밖으로 낼수없는 어두운 마음을 사키는 죄책감으로 슌의 말처럼 들린게 아닐까? 

사키가 사토루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키로마루를 대신 희생시킨 행동 때문에 많은 욕을 얻어 먹은 것 같은데

나는 딱히 그런 사키가 밉지는 않다. 

나라도 그런 상황에 처해진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 시키고 평생을 혼자서 외롭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라도 키로마루를 희생 시켰을 것 같다..
그런 이기적인 면도 인간의 현실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딱히 주인공이 밉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간다

10년 후

 

 

 

초능력자들의 승리로 끝나고 10년 후 사키는 부정고양이를 키우면서 딱히 바뀌지 않은 현실로 끝맺음한다.

사키는 글을 쓰면서 언젠가는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주인공인 사키 조차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키로마루의 약속을 지켜줄수는 있었지만 단 그것뿐, 스퀴라의 습격과 마리아 마모루 슌의 죽음 등 이것또한 그저 

하나의 과거가 되었을 뿐이다.

 

스퀴라를 죽였을 때 괴사기구가 발동하지 않은 사키의 모습 또한 

어느 하나 바뀌지 않은 똑같은 현실을 반복하게 된다는 암시가 아닐까 싶다.

 

사키는 이러한 해결법이 잘못되었다는걸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질 못하고 그저 묵묵히 똑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을 감시하고 처리할뿐이다. 지난 어른들이 해왔던 관습을 괴물쥐와 모든 진실을 알게된 주인공인 사키는 그대로 이어가는 걸 선택했다.

주인공이지만 사키는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군상이다.

내가 봤을 때도 마땅한 해결법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키의 선택은 매우 현실적이고 어쩔수없다고 봤다.

그리고 사키와 사토루는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님들이 해왔던 것 처럼 그대로 이어갈것이다. 

주어진 현실속에서 이들은 진실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나아간다.

 

스퀴라의 말처럼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제2의 스퀴라가 나타나서 큰 재앙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역사가 반복되듯이,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어간다면 결국에는 쇠퇴하고 사라질뿐이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감상하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쿨타임이 차면 다시 정주행을 하게 될것같다. 

특히 원작은 꼭! 읽는 걸 추천. 나도 곧 소설을 읽을 생각.

 

신세계에서는 1회차만 감상할게 아니라 최소 3회차정도 봐야 이해가 갈것같다.

그만큼 스토리와 세계관 자체가 매우 방대한 명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사운드트랙도 매우 훌륭하다.

 

https://youtu.be/Lxke2YUjBcM?si=W-dDo289nMaHYuZR

 

이 음악을 들으면 놀랍고 웅장한 세계를 느끼게 하면서도 신세계에서의 우울하고 절망스럽고 감동적인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